20121 안개에게 길을 묻다. - 대관령, 2012 안개에게 길을 묻다 - 대관령 작품 목록 추천글 그는 대관령의 폭설을 기록하는 여행자다. 그런데 그가 지나간 곳에는 발자국이 없다. 허공을 지우는 안개와 눈발, 바람, 그리고 허리까지 쌓인 눈은 눈의 여행자마저 지워버린다. 가끔 동쪽으로 심하게 구부러진 나무 한 그루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눈 속에 허리를 파묻은 나무 한 그루 꿈처럼 떠올랐다가 그마저 자취를 감춘다. 아아, 그러나 어느 찰나 눈을 덮은 안개는 홀연히 사라지고 아주 먼 곳으로 걸어간 듯한 발자국들이 웅성거리기도 한다. 온몸으로 폭설을 짊어진, 등이 구부러진 미륵 같은 소나무. 지독한 눈과 바람에 생의 한쪽을 기꺼이 희생한 이깔나무, 전나무 들. 그 모든 게 정지한 밤의 시리도록 얼얼한 고요까지 그는 오래 바라본다. 계속 바라볼 것이다. 봄이.. 2023. 9. 26. 이전 1 다음